<1등 회사랑, 2등 회사는 무엇이 다른지>

<1등 회사랑, 2등 회사는 무엇이 다른지>

1. 예전 회사 다닐 때, 보스가 해줬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있다. <1등하는 회사랑, 2등하는 회사랑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답이었는데 - 1등하는 회사는 시장을 생각하고, 2등하는 회사는 매출이랑 마진을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 당시 도맡아서 하던 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주로 '어떤 투자 초기에 들어가야 하고 - 1달, 1쿼터, 1년짜리 매출하고 이익 어떤 식으로 모양 그려갈 것인지만 주구장창 이야기' 했던 기억이다. 잘 설명했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들었던 질문이 <이 프로젝트가 시장에 안착할 수는 있겠는데, 그러면 우리 이후에 시장은 얼마나 더 커지나?>에 대한 질문이었다. 프로젝트 자체는 큰 문제 없이 워킹할 것이라고 준비했던 자리였는데, 시장을 얼마나 더 리드할 것인지라는 질문은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사실 아무 말도 못했다.

3. <1등하는 회사랑, 2등하는 회사랑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해보자면, 매출 많이 찍어내고, 마케팅 잘 하고, 비용은 아끼면서 공헌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프로젝트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기본 중에 기본이다.

사실 이 기본도 잘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지만, 그가 얘기했던 문맥은 '이 프로젝트 좋은데, 프로젝트 끝내고 그 다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프로젝트들이 연결되면서 '시장'을 어떤식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더 많은 사람들이 계속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것인지, 더 프리미엄하게 밸류를 줄 것인지, 그렇게 작동하는 시장을 어떻게 이번 액션에서 돌다리를 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차원적인 질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나의 프로젝트 목매달고 어떻게든 성장시키려고 했던 영역에서 - 그 이상의 큰 그림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첫 번째 경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등하는 회사랑, 2등하는 회사랑 둘 다 일은 잘 하고 열심히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런데, 그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어떻게 더 큰 형님이 되서 대의적인 (이 문맥에서는 시장)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일조할 것이냐는 관점이었다.

4. 오늘 지인이 보내준 영상이 있는데, 인터뷰 영상이다. 힙합 컬처를 이끈 더콰이엇의 인터뷰다. (영감 받은 내용은 6분부터 나온다) 여러가지 감회를 이야기 하는데, 힙합 컬처가 정말 많이 성장했고 단칸방에서 돈도 못버는 아티스트들이 이제 다들 각각의 삶에서 적당한 부를 누릴 수 있을 정도까지 성장했다고 (쇼미더머니 등을 통해).

그리고, 이 성장을 누리는 세대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다시 본질 (그들에게는 홍대)로 돌아가서 더 깊은 차원에서 의미있는 에너지를 쓰고,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 이미 선배 세대로서 힙합이라는 장르를 한국의 대중 문화에서 한 축으로 올려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가, 다시 기본으로 들어가서 10년 뒤, 20년 뒤에 새로운 컬처가 자생될 수 있도록 생태계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단순히 그가 자기의 영향력을 펼치는 아티스트가 되었다면 2등이었을 것인데, 그를 1등으로 만드는 건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 아니었을까 싶다. 자기 자신을 넘어서 더 큰 대의를 추구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인터뷰 풀영상은 하단에 첨부한다.)

5. 박재범 같은 아티스트들도. 자기보다 10년 이상 어린 후배 래퍼들 데리고, 자신의 뮤직비디오 영상 찍으면서 실력있는 후배들 위로 계속 올리고 있고. 그들이 힘들게 쌓아온 시장 자체가 결코 줄어들지 않고, 그 토대 위에서 계속 새로운 씨앗들이 더 좋은 작물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마음으로 헌신하고 있다. (사실 박재범 입장에서 10년 어린 후배들 데리고 작업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Rocnation 넘어가서 해외 래퍼들이랑 사진찍으면서 앨범 커버 하나 더 찍는게 좋을까 - 이건 개인의 판단이지만, 그가 아직도 한국 시장에 남아서 이런 작업들 계속하는 데는 개인의 목적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 덕에 계속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가 불모지인 한국 사회에서 어린 세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힙합이 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런 추세라면, (그리고 박재범이나 더콰이엇같은 아티스트들이 또 등장하고, 그들이 10년 뒤를 바라보고 이 시장에 투자한다면) 한국에서 힙합이라는 장르는 얼마나 발달하고 다채로운 음색을 낼 수 있을까. 미국 시장에 더 수준 높은 음원을 들려줄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6. 주말에는 책을 읽고있다.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전환한 회사들의 이야기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적당히 좋은 수준을 넘어 위대한 회사가 된 기업들에는 소름끼치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그 전환 시점에 리더십들과 회사의 방향성이 오로지 그 회사의 turn-around, 조금 더 매출 확보, 이익 확대 전략에 쓰는 게 아니라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각자 속한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더 큰 영향력을, 임팩트를, 무브먼트를 만들 수 있지 고민했다고. 닿는 부분이 있는 듯 하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루를 살아가며, 한 주를 살아가며, 한 달을, 일년을 쌓아가며 겪는 이 고민들의 시간들 속에는 지금까지 쌓인 토양 위에, 어떤 또 다른 새로운 다리를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 가고 있다. 고민에 답은 없겠지만, 그냥 '잘 하려고' 하지 말고 - 어떻게 이 에너지들을 묶어서 더 큰 대의를 위해 희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희생이라는 단어가 어찌보면 개인의 삶을 헌신하는 것처럼 보여,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조금 부정적인 늬앙스로 보이기도 하지만, 수동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 능동적으로 희생을 자처하며 더 큰 대의를 추구하는 삶은 꽤나 존경스러운 일이고, 즐거운 일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