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하지만 감사한 일>

1/ 3달 전 만들었던 디스코드 안에서, 오늘 글이 하나 올라왔다. '같이 책 읽고, 공부하고, 삶에 적용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친구 있나요?' 이런 류의 글. 사실 굉장히 별것 아닌 일이다. 그냥 책같이 읽을 사람 만나서, 이야기도 좀 하고, 인사도 하고 친하게 지내자는 정도의 내용인데 뭐 그렇게 감사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포스팅이 감사했던 이유는 아래와 같다.

2/ 굳이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던 이유는 내가 혼자 세상에 갇혀있기 싫어서였다. 이제 와서야 페이스북에 팔로워도 적지 않게 생겼지만, 처음 페이스북 시작할 때는 진짜로 비즈니스 관련 기사 몇 개 들고 와서 말도 안 되는 사적인 의견 적었던 게 별로였다. 팔로워가 100명이나 되었을까나. 100명 때도 하루에 몇 개씩 글 올리면서, 열심히 시간 내서 올렸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이 올렸다. 누가 봐주었으면 해서. 그런데 그 마음이 팔로워가 많아지고, 뭔가 유명해지려고 한 게 아니라 - 비슷한 생각들 많이 보면 사람들이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들 더 많이 의견도 주고, 나도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바라봐 주고, 댓글도 달아주고 교류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계속 올렸다.

3/ 시간이 많이 지나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에 대해서 회고하면, 결코 후회가 없다. 물론 사람들은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활발하게 달아주지 않았지만 - 이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DM으로 받은 연락들 중에는 내가 평소에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부류의 성공하신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렇게 비즈니스에 대한 제안도 받을 수 있었으며 (커리어가 바뀔 뻔했다), 위의 건들을 떠나서 내가 본래 원하던 취지의 '정말로 친구 혹은 선배가 될 수 있는' 훌륭하신 분들을 많이 만났고, 내 인생도 꽤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딱 하나만 내게 하라고 한다면, 무조건 자신의 생각을 더 자세하게, 정성을 담아, 사람들과 교류하라고 말할 것 같다. 그게 꼭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의 양식이 아니더라도.

4/ 디스코드를 만들었던 이유도 사실 위와 같다. DM으로 받는 연락들은 다수가 내 계정으로 주는 연락인데, 이게 참 아쉬웠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은 자신의 실명과 이름을 두고 댓글을 쓰기 부담스러워하고, 또 이 과정에서 나오는 좋은 인사이트들과 관계들이 '내 계정'을 중심으로 엮이는 것도 아쉬웠다. 그래서 익명으로, 다수가, 서로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하는 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디스코드를 만들었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셨다.

5/ 그래도 뭐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의도대로 되는 법은 없지. 디스코드라는 양식만 바뀌었을 뿐, 사람들이 들어왔을 뿐, 일부 사람들의 의견이 많아졌을 뿐 초기에는 아직도 마중물의 역할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글도 퍼나르고, 생각도 전달하고, 그 와중에 오프라인에서 같이 식사도 하는 여러 모임들을 만들었다. 계속된 이런 시도가 그냥 혼자만의 상상인가 하고 지쳐갈 때쯤, 예전에 오프라인 참석을 해주셨던 한 분이 (사진의 Mason Park) 연락을 주셨다. '책 하나만 추천해 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6/ 우리는 한 모임에서 만났고, 뜨거운 대화를 나눴다.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리고 모임 이후에도 같이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답은 없지만 에너지를 나눴다. Mason 님은 이렇게 말씀해 주셨던 것 같다. '저는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발전하고, 그게 어디로 튈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영향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어떻게 거창하게 시작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디스코드 안에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해 보고 싶은데, 제가 책을 많이 읽으니 책 하나 추천해달라고. 그래서 고민을 좀 하다가 항상 존경하는 사업가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왜 사업하는가>를 추천해 드렸다.

7/ 그리고 오늘, 스크린샷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하나의 모임을 운영하려고 했는데 -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모임을 2개로 늘리고,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신다고 전해 들었다. 물론 나는 그 시기에 일정이 있어 참석이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서 더더욱 (내가 꼭 중심이 되지 않아도) 좋은 모임들이 생길 수 있는 시발점이 되고, 그 과정에 일부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고, 뿌듯하고, 그냥 그런 느낌이 드는 사건이었다.

8/ 앞으로도 잘은 모르겠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을 듣고, 나도 발전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도 나누며 교류하고 싶다. 하나의 정답이 있어서, 커리어의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보이지 않는 의미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생각을 남기고 공유하고 정리한다. 누군가는 오글거리고, 뭘 저런 걸 다 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 그 과정에서 '참 재미있는 놈이네, 한 번 커피나 먹어볼까?'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인연이 또 이어진다면 인생의 어떤 변화가 생길지. 나는 경험해 봤기 때문에 안다. 그런 경험들이 결코 작지 않고,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계속 이렇게 글을 쓴다.​

9/ 나는 하나의 완전한 정답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는 이유, 책을 만나는 이유, 계속 의견을 나누는 이유는 각자만의 인생에서 중요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주고, 도움을 받기 위함일테다. 나는 이미 그렇게 많은 인생의 '힌트'들을 찾았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시간이 닿는다면 계속 함께 자신인생의 의미를 찾아나가시는 멋진 분들을 보고 또 배우고 싶다. 지금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누군가 말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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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류의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감사했고. 기뻤고, 보람찼고, 더 열심히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면서 의미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이면 또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는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멋진 날, 멋진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