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Portfolio > | Bessemer Venture Partners

<Anti-Portfolio > | Bessemer Venture Partners
  1. Bessemer Venture Partners라는 벤처캐피탈이 있습니다. 무려 1911년에 설립된 회사인데요. 당시에는 당연히 현대의 벤처캐피탈 모습은 아니었겠지만, 오랜 역사를 유지하면서 망하지 않은 투자사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존경스러운 회사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연히 좋은 회사들에 많이 투자했습니다. 아래 사진이 성공적인 투사 이력인데요. 한국에서도 익숙한 이름들이 꽤나 존재합니다.

2. 투자 전략이 좋아서, 입지전적인 인물이 파트너로 있어서, 이름 '값'이 좋아서 유명한 벤처캐피탈도 많지만요. Bessemer Venture Partners는 제게 있어서 '존경' 스러운 회사라고 표현하면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좋은 투자 결과가, AUM이 크기 때문도 맞겠지만. 가장 이 회사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 같은 페이지가 있어서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인 링크에서 볼 수 있는 <Anti-Portfolio >라는 메뉴 때문입니다.

Anti Portfolio
Honoring the companies we missed.

3. <Anti Portfolio>. 말 그대로입니다. 그들이 투자하지 '않은' 회사들이죠. 그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이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어떤 회사에 투자하지 못했냐면요. Airbnb를 놓쳤구요. Apple을 놓쳤습니다. ebay도 놓쳤습니다. Facebook도 거절했구요. FedEx도 거절했구요. Google도 거절했구요. Tesla, Paypal, Zoom도 거절했습니다. (아래 사진들이 그 포트폴리오들이구요. 링크에 들어가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테슬라 차는 사고, 테슬라 주식은 못샀다는 전설적인 이야기의 원조격이네요>
<Series B에는 투자하지 않지만, IPO에는 투자하는 전설의 투자자들>
<Friendster>는 페이스북과 유사한 당시의 소셜 네트워크였습니다.

4. <Anti-Portfolio> 헤드글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Bessemer Venture Partners is perhaps the nation’s oldest venture capital firm, tracing our roots back to the Carnegie Steel empire. This long and storied history has afforded our firm an unparalleled number of opportunities to completely screw up.

  • 우리는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늙은) VC 중 하나다. 카네기 시대로 돌아갈 때 쯤에 생겼으니까. 이 역사 속에서, 어이없게 놓친 기회가 엄-청 많다.

Throughout our history, we did invest in a wig company, a french-fry company, and the Lahaina, Ka’anapali & Pacific Railroad. However, we chose to decline these investments, each of which we had the opportunity to invest in, and each of which later blossomed into a tremendously successful company.

  • 우리는 가발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감자튀김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하지만, 구글은 안했고, 페이스북은 안했고, Airbnb도 안했고, Zoom, Tesla, Paypal도 안했다. (ㅎㅎ)

Whatever the reason, we would like to honor these companies – our “anti-portfolio” – whose phenomenal success inspires us in our ongoing endeavors to build growing businesses. Or, to put it another way: if we had invested in any of these companies, we might not still be working.

  • 물론 각자 투자를 안한 이유는 다 다를 것. (그것들만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님) 우리는 이를 기록하고, 반성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 당당히 올린다. 앞으로도 이를 보고 반성하고, 더 열심히 할 거고. (만약에 놓친 회사들에 투자했으면, 열심히 안 해도 되겠지만..)  

5. 사람의 판단력이라는 것 자체가 참으로 별 볼일 없는 것이여서, 이 때는 맞았던 말도 그 때가 되면 틀리기도 합니다. 어떤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든, 그렇지 않든 항상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해야.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그 결과가 우연의 복합물인 것을 항상 알고 자만하지 않아야,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고, 볼 수 있고, 또 그런 자세가 함께여야 새로운 기회와 '함께' 갈 수 있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다짐합니다.

6. 기껏해야 알량한 자존감 때문에, 별 것도 아닌 사소한 것들을 지키려고 아집과 오만에 빠지는 하루였네요. 스스로에게 묻고, 복기하는 일만이 나아지는 법인 것 같습니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떤 판단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돌아보고,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면 조금은 더 나아질 테니까요. 위대한 투자사들도 큰 실수를 반복한다는 점이 큰 위로가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Bessemer Venture Partners는 제게 있어서 '존경' 스러운 회사라고 표현하면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7. Bessemer Venture Partners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럿이지만, 그 중 하나는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들의 실수를 돌아볼 수 있었음에 있지 않았을지도 생각해봅니다. 결과를 좇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놓치는 것이 많아집니다. 스스로의 실수를 돌아볼 수 있는 것 자체도 하나의 능력이겠죠. 결과를 좇기보다, 결과를 좇는 과정이 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사람들만 스스로의 실수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