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 장기적 관점 = 해자>

<고객중심 + 장기적 관점 = 해자>

연휴를 맞아, Jeff Bezos의 <발명과 방황>을 다시 읽었다. 많은 책들 읽지 말고, 진짜 좋은 책 1권만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책을 그렇게 삼으면 될 것 같다. Jeff의 생각과 말들은 정말 비즈니스 교과서 of 교과서 수준.

1997년부터 2019년까지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비즈니스가 바뀌고, 경쟁상황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했는데 그가 추구하는 원칙은 20년 가까이 변함이 없다는 점이 더더욱 놀랍기도 하다. 맞는 원칙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 만큼 중요한 사실은 없다.

그의 키워드를 두 개만 뽑으면 (1) 고객중심(customer-centric decision), (2) 장기적 관점(long-term framework)이다.

책을 다시 읽으면 좋은점은 - 과거에 내 생각들을 반성적으로 되짚어 볼 수 있다는 점. 지금까지도 이론/단어로만 이해하고 있지, Jeff가 어떤 의미로 두 개념을 강조했는 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듯 싶다. Jeff가 '말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회사가 많지만, 실제로 이를 행하는 회사는 적다'라고 한 말이 괜한 말은 아닌듯 싶다.


1. [고객 중심]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만든다는 말을 굉장히 어려운 말로, 포장해서 이야기 하는 버릇들이 있다. 이런 경우 대개는 본질에서 멀어지는데, 진짜 중요한 사실들은 대부분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그는 리테일에서 결국 좋은 리테일 비즈니스는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좋은) 제품을, 더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정의했다. 어려운 말들 필요 없고, 직관적으로 중요한 질문들을 세팅하면 된다.

다른 비즈니스에 적용해도 마찬가지, 대부분 성공했다고 하는 비즈니스들은 (성장하는 비즈니스들은) 가장 기본적인 원리 원칙들을 해결해나가는 비즈니스들이다.

  • 토스 :  금융활동 쉽게(편리하게), 더 낮은 비용으로, 돈이 목적에 따라 흐르게
  • 런드리고 : 가사노동을 없애고,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 야놀자 :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경험의 선택지 제공하고, 노는데 집중하게

꼭 스타트업 아니라도 기본적인 원리들은 동일하지 않나 싶다. 아주 간단하게 식당, 카페, 블로그를 생각해도 아래 원칙들만 잘 지키면 된다. 누구나 안다.

  • 좋은 식당/카페 : 맛있는 식사(커피)를, 기분 좋은 환경에서, 사람들이 오기 편하게,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 줄 수 있으면 좋은 식당/카페 아닐까?
  • 좋은 블로그 : 인사이트 있는 정보들(글, 영상)을, 더 많이/자주, 검색하지 않아도 눈앞에 보이게끔, 제공해 줄 수 있으면 좋은 블로그 아닐까?

고객 중심에 대해서, value라는 단어를 굉장히 추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본질하고 멀어지기 쉽다. 쉽게 생각하고, 말 하는 사람들이 진짜 깊게 고민한 사람들이다. 좋은 비즈니스는, 좋은 제품은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는 게 어렵지) 깊게 생각할수록 말은 쉬워지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

2. [장기적 관점]

고객 중심은 너무 좋은데 - 사실 이는 현실에서 실현하는 게 어려워서 아무나 못 하는거다. 서로 상충되는 가치들을 동시에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야기라 그렇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제품을, 더 편리하게>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려고 하면 아래와 같은 일들이 기본적으로 발생한다.

  • 더 많은 제품을 취급하려면 SKU 취급에 따라 운영비용이 높아지고,
  • 더 편리하게 물건을 제공하려면 오퍼레이션 비용이 오른다. (프라임 배송)
  • 당연히 이런 상태에서는 더 낮은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오퍼할 수 없고,
  • 일시적인 가격할인은 몰라도 지속가능한 구조를 세팅하는 것은 어렵다.

아마존 플라이 휠은 이론으로 들으면 말이 되는 이론이지만, 아마존이 이 휠을 만들어내기 이전에는 온라인에서 이를 현실화시킨 기업은 없었다. (플라이 휠은 잘 돌리면 좋은 플라이 휠인데, 반대로 돌리면 악순환의 휠이다)

제프가 프라임 배송(한국으로 치면 쿠팡의 로켓 배송)을 시작할 때, 재무팀이랑 financial simulation을 돌려봤다고 한다. 계산 결과는 "it's not pretty". 배송을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라서 이 프로젝트를 킥오프 하는 건 재무적인 관점에서 절대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때 그가 말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인데,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프라임 배송이 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고객들이 더 retention rate가 높아진다면, 그리고 그들의 LTV (아마존 내 구매 거래액)이 높아진다면,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매출에 따라 초기에 투자하는 물류와 배송 비중은 고정비적 성격을 띄기 때문에 전체 비용 중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게 되는 구조를 띄게 된다. 이는 마케팅, 프로모션에서 발생하는 cost를 단위적으로 낮출 수 있고, 성공하기만 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의사결정이었다고 한다. 그냥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거니 존버하자'가 아니라는 말씀.

장기적인 관점으로 고민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 같으면, 존버해라>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 단기적으로 손해를 예상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세팅하는 의사결정이다. <시간이 걸리면 되겠지> 어프로치와 <손해를 보는 일이지만, 어떻게든 되게끔 만드는 시나리오를 그려서, 되게끔 하자>는 너무 다른 관점이다. 첫 번째 어프로치는 책임감이 없는 관점이고, 두 번째 어프로치야 말로 장기적인 관점이다.

Jeff는 원래 헤지펀드 매니저였어서 숫자에 결코 무지한 사람이 아닌데, 위험한 결정을 하고, 숫자들로 적자가 계속 쌓이는 구조들을 보면서, 비즈니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 만약 그가 던진 가설들 중 몇 개라도 맞지 않아서, 현금흐름이나 트래킹 하던 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왔다면 - 지금의 아마존은 만들어지다가 중간에 무너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왜 그가 <장기적인 관점>을 그토록 강조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결국 <존버>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장기적으로 되게끔 만드는 게> 진짜 장기적 관점이지 않나.

3. [고객중심 + 장기적 관점 = 해자]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 키워드 (고객 중심, 장기적 관점)이 합쳐져서 제대로 비즈니스가 돌아가면, 어떤 인더스트리 / 어떤 아이템이던지 강력한 해자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아마존의 벤치마크인 쿠팡의 S-1 filing을 보고 놀랐던 그래프가 한 장 있는데, 고객중심 + 장기적 관점으로 해자를 구축한 사례라 생각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고객들의 코호트를 나눠서 보니 시간에 따라 각 코호트 별로 LTV가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메트릭을 보여주었다는 것.

좋은 비즈니스들 (아마존, 쿠팡, 토스, 그 외에 어떤 비즈니스라도)은 결국 경쟁 기업들 대비 절대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다. 그리고 이는 고객 관점에서 생각한 프로덕트들을 장기적 관점에서 성공시켜 내면서 가능해진다.

장기적으로 고정비 비중을 계속적으로 낮추면서, 신규 자본을 통한 프로젝트의 return을 업계 대비 절대적으로 높이는 투자들은 모든 차원에서 경쟁사를 앞설 수밖에 없다. 단순 소싱 차원, 마케팅 차원, 고객 관리 차원의 <한 관점>에서의 우위가 아니라, 여러 innovation stack이 겹겹이 쌓이는 비즈니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진입장벽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능해지는 구조가 된다.

[고객중심+장기적 관점]의 목표점은 결국 비즈니스의 unit economics 자체를 다른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버리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비교우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절대우위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하나만 잘 해서는 안되고, '다 잘 해야' 된다.


고객 중심, 장기적 관점, 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적 해자 구축은 여러번 생각하고, 곱씹고, 어떤 의미일지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주제다. 머리로 받아들이는 수준 넘어서, 몸으로 체화할 수 있는 수준 되게끔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 <좋아보이는 말>들을 좋아보이는 데서 끝내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아보이는 말들이 숫자로 어떻게 보여지는지, 구조적으로 어떤 팩트들을 보여주는 지 계속 크로스체크할 필요가 있다. Jeff가 결정한 모든 결정들은 ROE, FCF의 극대화에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좋아보이는 말들을 숫자로 바꿔서,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자기 객관화 능력이다.

이 외에, 여럿 참고했던 좋은 영상들을 함께 첨부한다. 영문도 있지만, 자막과 함께 보면 어려운 말들을 사용하지 않아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첫 번째는 영문, 두 번째/세 번째는 한글 번역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