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취미인 사람>

<공부가 취미인 사람>

새로 알게 된 관계들이 종종 물어보는 질문이 있는데, 쉴 때는 뭐 하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거다. 이럴 때마다 그냥 영화 보는 거 좋아하고, 잠자는 거 좋아한다고 하는데, 정말로 취미가 뭔지 대답하면 딱히 없다.

내 일상 시간을 순수하게 뭐 하는지 시간으로 쪼개보면, 단순하다. 잠자고, 밥 먹고, 일하고, 친구들 만나고, 그 외 시간에는 공부한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책 사서, 읽고, 책 이해 안 되는 내용 있으면 또 읽고, 공부하고 한다.

연휴 기간이라 한국 시장은 닫은 상태인데, 미국 시장은 열려있고, crypto 시장도 24시간 열려있다. 중국에서는 헝다그룹이 또 이슈라고 하고 (처음 듣는 회사고, 무슨 이슈인지도 모르겠음), 그것만 이해하는 데도 시간 걸리고, 평소에는 업무 때문에 공부 못 했던 것들 몰아서 정리하면 시간 금방 간다.

위대한 투자자들 보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미래 절대 예측 못한다고 하면서도 계속 공부한다. 그 이유가 뭘까나, 100% 시장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오류의 range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 Power Law가 작동하는 세계 내에서 100% 정답을 맞힐 필요도 없고, 아닌 것들만 제대로 걸러내고, 말이 되는 것들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조금 높은 확률로 베팅할 수 있는 안목만 있으면 좋은 결과 만들어낼 수 있다. 공부하는 건 세상은 알 수 없으니까, 모르는 채로 살겠다가 아니라 - 어차피 다 알 수가 없는데, 모르는 확률을 줄여나가기 위함임.

Power Law 관련해서 볼만한 영상

내가 이해하고 있는 세계랑, 나보다 5년 더 치열하게 공부한 사람, 10년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험한 사람들이 이해하는 세계는 전혀 다르다. 같은 이슈가 발생해도, 이해하고 대응하는 속도랑 방식, 전략 자체의 깊이가 다르다. 더 많이 알고, 에러 범위가 적은 사람일수록 계속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 내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하는 것과, 구루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은 같은 말이 절대 아니다. 깊이가 다르다.

연휴 보내면서 환율 엄청 오르고, 중국에서 이슈 터지고, 코인도 박살 나고, 이런저런 이슈들 있는데, 가만히 지켜보면서 기다리면 다시 오를 거야라고 하는 마음이랑, 뭐가 잘못되었고, 왜 이렇게 시장이 움직이는지, 그 원리를 캐치하려는 노력을 하는 마음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라 100장 차이다. 그리고 이 노력들이 쌓이면 에러 확률을 줄일 수 있을 테고.

다행히도 공부하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다. 이 일도 재미가 없으면 절대 하지 못하는 것. 누군가한테 등기 까서 내 계좌 보여줄 정도는 아니지만, 이 과정이 1년, 5년, 10년 쌓이면 어디 소속이라서가 아니라 나 자체로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식과 경험 자체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할 이유가 없다.

어쨌든, 벤저민 그레이엄이 그랬다. 미래에 대해서 '수익을 약속받는 행위'가 투자라고. 미래의 수익의 임팩트를 상방으로 올리고, 변동성은 줄이고, 턴오버 사이클은 빨리 만들고, 이 과정을 반복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야를 확장하는 게 필수다. 그 과정이 공부고. 10년 뒤에는 이게 쌓일 거면 더 어마어마한 결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