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 인연, 베팅,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춰라, 좋은 기운>

<유쾌함, 인연, 베팅,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춰라, 좋은 기운>

<유쾌함>

1. 주변의 많은 관계들이 나와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잦다. 조금 친해지거나, 술 한잔하면 [어라, 생각보다 잘 웃는 사람이네요]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나이 먹으면서 점점 많아지는데 이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또래 혹은 나보다 조금 후배 중 친한 부류들은 종종 내 첫인상에 대해서 [친해지기 어려운 타입]이라고 얘기들 한다. 생긴 것도 둥글둥글하지 않고 뾰족해서, 말 하나 잘못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뭐랄까 생각이 많아서 (혹은 사람 자체가 벽을 치고 있는 것 같아서) 마구 편하게 대할 수만은 없다고. 이게 의미하는 바들이 꽤나 크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만 받아들이고 살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고, 목표하는 바가 있고, 뜻하는 바가 있어서 - 그걸 추구하는 게 내 삶의 중요한 동기부여 중 하나라서 (실제로 대부분의 삶의 지향이 그 목표들로 맞춰져있기도 함), 그 과정에서 유쾌함은 원해도 희생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비용 같은 것이라 생각했고, 그냥 받아들였다. 최대한 안 그러려고 노력은 하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계에 있어서 뾰족함을 쉽게 내려놓지는 못했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2.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누구나 알 만한, 업계의 한 대표님을 만나 뵈었는데 - 긴장한 채 잘 보이려는 모습이 5분 만에 무장해제되어버렸다. 조금 늦어서 미안하다는 웃음과 함께, 유쾌한 에너지로 본인 얘기를 스스럼없이, 내 얘기를 진중하게 들어주시는 모습들 보고. 삶에 있어서 내가 지키려고만 했던, 아니 지켜야만 할 것 같았던 그 무거움이라는 것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깨달음과 동시에.

3. 항상, 삶에 있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내게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모습들이었다. [시지프 신화] 돌을 산꼭대기까지 지고 올라가면, 다시 반대쪽으로 돌이 굴러떨어져, 그 돌을 다시 지고 산꼭대기까지 오르고, 그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삶에 있어서 무거움은 필연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래서 유쾌함이라는 것이 일종의 사치라고만 믿었던 그 관념 자체가 무너지는 순간의 쾌감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삶에 있어서 무거움은 필수가 아닐 수도 있겠다.

<인연>

1. 항상 나를 위에서 끌어줄 수 있는 동아줄 같은 관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되고 싶은 모습이 구체적인데, 그 길로 가는 게 너무 어려워서. 혼자만의 길로 갈 수가 없을 것만 같고, 그 과정을 걸어가는 내가 너무 힘들고 지쳐서. 누군가 나보다 앞서 그 길을 건너간 사람이 나를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다 보면, 그런 인연들이 꼭 하나씩 나타난다는데 (위인전을 읽으면), 내게 있어서 내 삶의 귀인은 어디 있을까 항상 바래만 왔다.

2. 항상 내 삶의 귀인은 언제 나타나나, 그런 생각들로 조급해하던 요즘에 - 어쩌면 이미 많은 귀인들이 내게 손을 뻗쳤는데, 그 손이 귀인의 손임에도 불구하고 잡지 않은 것은 나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귀인은 절대로 귀인인 줄 모른다, 살아보면 그 사람이 내게 중요한 사람이었을 지도. 지금 내가 삶에 있어서 바라보는 방향을 조금 더 앞당겨줄 사람이 귀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를 이끄는 사람은 흘려 지나가기 십상인데. 어쩌면 이것 때문에 많은 귀인들의 손길을 뿌리쳤을지도 모르겠다.

3. 귀인은 절대로 내가 귀인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 손길이 귀인의 손길인지, 알아볼 수 있는 것 자체도 능력. 열린 마음, 감사한 자세, 도움에 감사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태도. 살아보니, 내가 예상했던 바대로 살아오지를 않았다. 5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한데, 왜 나는 이 짧은 판단으로만 좁은 세상에서 살아가는지, 내가 찾는 귀인은 절대로 이마에 표식을 남기지 않는다. 살아가는 순간 만나는 모든 관계가 모두 인연이고, 귀인이고, 삶을 계속 연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 나는 예상치 못한 인연들로 귀인을 만났다.

<베팅>

1. 항상 계산을 잘 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다. 위험한 행동은 하면 안 된다. 모르는 것은 건드리면 안 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한다. 포트폴리오는 최대한 분산하라. 당연한 말들이지만, 삶은 이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깨달아야 한다.

2. 기회는 비선형적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많이 찾아오지도 않고. 기회가 왔을 때는 분산하는 게 아니라, 온몸을 던져야만 한다. 머리로 끝없이 의심이 들더라도, 믿음이 있다면 모든 것들을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하고, 계산하면서 모든 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너려고 할 때, 다리 건너기도 전에 다리가 물에 잠긴다. 기회가 왔을 때는 잡아야 한다. 위험하고 기회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기회를 위험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진짜 능력이다. 용기다.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춰라>

1. 나는 참 복받았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왜 저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을 도와주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급이 다른데, 나랑 놀아줄 짬은 아닌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골똘히 생각해 봐도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나를 도와주지. 정말로, 진짜로, 이해가 되지 않는데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기도 하고. '고맙습니다, 진짜로 고맙습니다' 이런 말 밖에 못해서 죄송한데, 진짜로 고맙다는 말을 진심 담아서 할 수밖에 없다.

2. 그런 생각도 조금 하다가, 조금 즐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춰야지, 노래가 나올 때 왜 노래가 나오는지 생각하면 웃기다. 아는 형이 그랬다. 노래가 나오면 노래가 언제 꺼질지 모르니까, 일단 춤부터 추라고. 그래서 즐기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말뿐이 할 수가 없지만.

3. 돌아보니, 어떤 후배가 내게 그런 말 했다. '저 왜 도와주세요?'라고.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말했다. '그냥, 열심히 하니까, 잘 했으면 좋겠어서'라고. 나를 도와주는 분들도 그런 마음일까? 또 다른 생각일까? 그들의 이유는 또 달랐을까? 답은 모르겠지만, 내가 후배들한테 하는 생각하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다시 말하지만, 노래가 나오면 노래가 왜 나오는지 생각하지 말고 춤을 추자. 즐겁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잘 돼서 갚자.

<좋은 기운>

1. 좋은 터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운을 자기 주변으로 계속 끌어당기는 사람은 확실히 있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봤으니까. 옆에 있으면 편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내가 가진 것 주어주고 싶고, 더 교류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2.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은 일단 웃는다. 억지로 웃는 게 아니라, 그냥 쾌활하고 유쾌한 에너지 자체가 있다. 사람을 감화하는 능력이랄까. 똑똑하고 스마트하고 뭐 그런 종류의 결은 아니지만, 이 능력이 더 크다. 주변 사람들을 나와 함께 하고 싶게 만드는 그 힘이야말로 더 큰 변화를 만드는 힘 아닌지.

3. 너무 혼자 하는 것들이 많았다. 열심히 숙제하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을 잘 보면, 주어진 일을 잘 하면 앞으로 갈 수는 있어도, 멀리는 못 간다. 멀리 가려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야만 함을 배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좋은 사람은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옆에 있으면 좋은 사람이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