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나 모든 일이 쉽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 <크래프톤웨이>를 읽고,

우리는 너무나 모든 일이 쉽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 <크래프톤웨이>를 읽고,
  1. 우리는 너무나 모든 일이 쉽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3년간 300억원을 써서 2010년 S1을 출시한다, 이 계획에 맞춰 장병규와 함께 자금을 마련하고 인사, 마케팅 등 경영 업무 전반을 수행해나가면 된다. 김강석에게 블루홀의 성공은 풀기 쉬운 일차방정식으로 여겨졌다. 그의 머릿속에 블루홀의 미래는 구불구불한 그래프가 아닌, 간단하고 깔끔한 우상향 직선으로 그러졌다. 예컨데 블루홀이 유치한 투자금이 언제쯤이면 떨어질지, 어느 시점에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할지 그 시기를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게임회사 블루홀(현 크래프톤)은 한국에서 가장 내노라하는 경영자와 게임 개발자들이 뭉쳐 설립됐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를 개발한 프로 게임 개발자들, 30대 중반에 네오위즈, 첫눈을 설립하고 네이버에게 매각한 연쇄 창업가가 모여 각자의 전문성을 100% 발휘해, 게임 회사를 차렸다. 이들이 실패한다면, 과연 누가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나 모든 일이 쉽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2. 실패의 확률은 누구나 같다.

<블루홀 재정에 시뻘건 경고등이 켜진 지 이미 오래였다. 장병규는 개인 재산의 3분의 2를 투자나 담보로 회사에 출자한 상태였다. 투자를 받지 못하면 또다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 코앞에 왔다. 프로젝트 중단은 물론이거니와 간신히 이뤄놓은 연합군마저 갈갈이 찢길 처지였다.>

3년 동안 300억을 투자해 개발하기로한 프로젝트 S1(테라)는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지체되어, 100억이라는 추가 개발자금이 들어가 세상에 나왔다. 글로벌로 전세계를 뚫어낼 수 있는 첫 번째 한국 게임이 되지 못했다. 한국 출시 성적은 초기 반짝임을 이어나가지 못했고, 미국 출시 시점에는 블리자드의 역작 <디아블로3>출시로 인해 시장 안착이 무산되었으며, 그 외 지역에서 적자를 겨우 면하며 돈을 벌어가는 상품이 되어버렸다. <장병규는 웃음기를 잃고 무표정할 때가 많아졌다. 안부를 묻는 말에 '괴로움이 목구멍 밑까지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실패의 확률은 누구나 같다.

3.  열심이나 신뢰는 기본이지 장점이 아닙니다.

<우리 직원 중에는 평범한 사람이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남보다 더 노력해야 남보다 더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남보다 더 성과를 내지 않으면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직원이 자신을 대단한 지식 근로자인 것으로 착각합니다. 놔두면 알아서 일하고, 알아서 근태 관리하고, 그러면 성과도 나오는 줄 아는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지 않았다. 그 누구도 초보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있고, 잘 풀리지 않고, 망할 수 있는 것이 사업이다. 열심히 하는 것과, 성과를 내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같지만 종이 백 장의 겹겹의 차이다. 성과를 내는 것은 열심히 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일이다. 방향성의 문제다. 열심이나 신뢰는 기본이지 장점이 아니다.

4.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다 해봤다.

<주도적인 현실 극복이 힘든 까닭에 가끔 무기력해집니다. 모쪼록 제작 리더십들은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운으로 성공을 거둔 게임업체들도 종종 있는 것 같은데, 블루홀은 정말 운이 없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진인사의 조건이 있습니다. 적절한 환경과 재능, 그리고 지대한 노력입니다.>

파산 직전, 추가 투자의 투자로 연명하던 시기, 한 번의 구조조정과 바로 다음 분기 회사의 재정이 거덜나기 직전. 말도 안되는 게임이 등장했다. 판매량 40만장을 예상했던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지 16일만에 100만장 판매 기록으로 최단기 판매 기록과 함께 괴물 게임으로 등장하고, 모든 블루홀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배틀그라운드의 PD 김창한은 세번의 실패 끝에 시도한 게임이었다. 어차피 잘 안되는 거, 마지막으로 시도할 때 본인만의 색깔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취지였다. 마지막 게임이었고, 모두가 이성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때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 스파크가 터져서 바람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판단을 할 때,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모든 것을 다 해본 상황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몰입했을 때, 그 사람이 맡는 공기의 질은 일반 사람들이 맡는 공기와 다른 공기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그리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


<크래프톤웨이>를 읽었습니다.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인데, 책 서문을 읽은 뒤 하루가 되지 않은 기간동안 홀린듯이 독파해 나갔습니다. 성공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그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실패를 겪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순간 순간을 이어나가며 희망의 끈을 잡으면서도 포기의 순간에서 놓치지 않는 결의와 호기, 광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뒤, 회사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책을 통해서 전달된 결의, 이 실감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하게 됐습니다. 뜻은 하늘이 이루되, 그 뜻을 실천해 나가는 것은 사람의 호기와 결의라고 믿습니다.